디플레이트게이트 — 공기압 2psi가 빠졌는데 이상기체 법칙은 1psi만 설명했다

NFL 공인 경기구. 이 안에 든 공기 몇 psi가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논란이 됐어.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2015년 1월, 미식축구 AFC 챔피언십. 그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쓰던 경기구 12개가 하나씩 압력계에 올라갔어. 그리고 그중 11개가 규정 미달로 나왔지. 미달 폭은 약 2psi.
곧장 반박이 나왔어. "추워서 그런 거야. 이상기체 법칙 몰라?" 실제로 물리학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렸어. 그런데 나온 답은 어느 쪽 편도 시원하게 들어주지 않았어. 법칙이 설명해준 건 딱 절반이었거든.
💡 이 글의 핵심
- NFL 규정 공기압은 12.5~13.5psi — 숫자 하나가 아니라 범위야
- 문제의 공 12개 중 11개가 약 2psi 미달로 측정됐어
- 이상기체 법칙으로 계산하면 24°C 실내 → 10°C 경기장에서 약 1psi 하락
- 그러니까 온도만으로는 2psi 전부를 설명 못 해 — 이 간극이 논쟁의 진짜 핵심
- 정작 규정에는 "몇 도에서 재라"가 적혀 있지 않았어
규정에 있던 숫자, 규정에 없던 숫자
먼저 규정부터 정확히 보자. NFL 경기구의 공기압 기준은 12.5~13.5psi야. 기사에 따라 "13psi"라고 숫자 하나로 적은 곳이 많은데, 원래는 1psi 폭의 범위지. 이 차이가 뒤에서 꽤 중요해져.
그런데 말이지, 이 규정에는 결정적으로 빠진 항목이 하나 있었어.
몇 도에서 재라는 말이 없었거든.
공기압은 온도에 따라 변해. 이건 논쟁거리조차 아니고 중학교 과학이야. 그런데 규정은 압력만 정해놓고 측정 온도를 정하지 않았어. 따뜻한 실내에서 잰 값인지, 찬 겨울 필드에서 잰 값인지에 따라 같은 공이 합격도 되고 불합격도 되는 규정이었던 거지.
이상기체 법칙이 계산해준 값 — 약 1psi
여기서 물리가 등판해. 이상기체 법칙은 이렇게 생겼어.
PV = nRT — 기체의 압력(P)과 부피(V)의 곱은 기체량(n)과 절대온도(T)에 비례한다.
미식축구공은 다 부풀려놓으면 부피가 거의 안 변해. 가죽 껍데기가 버텨주니까. 그리고 공기가 새지 않았다면 기체량도 그대로야. 부피와 기체량이 고정이면, 남는 건 압력과 온도의 관계 하나뿐이지. 온도가 내려가면 압력도 따라 내려가.
숫자를 넣어보면 이래. 24°C짜리 실내에서 12.5psi로 채운 공을 10°C인 경기장에 내놓으면, 압력은 약 1psi 떨어져. 아무도 손대지 않아도 저절로.
| 항목 | 값 |
|---|---|
| NFL 규정 공기압 | 12.5~13.5psi |
| 측정된 미달 폭 | 약 2psi (12개 중 11개) |
| 이상기체로 설명되는 폭 | 약 1psi (24°C → 10°C) |
| 규정이 명시한 측정 온도 | 없음 |
표를 보면 이야기가 어디서 걸리는지 바로 보일 거야. 약 1psi는 물리가 대신 변명해줘. 그런데 나머지 1psi는 변명해주지 않아.
남은 1psi는 어디로 갔을까
여기가 이 사건이 쉽게 안 끝난 이유야.
온도 하나로 2psi 전부를 설명하려는 주장은 무리라는 반론이 계속 따라붙었어. 계산이라는 게 전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흔들리거든 — 공을 채운 실내가 정확히 몇 도였는지, 그 공이 찬 공기 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니까. 실측 실험까지 동원됐지만 "온도가 전부다"와 "온도로는 절반뿐이다" 사이의 간극은 끝내 깔끔하게 메워지지 않았어.
볼픽은 누가 공에 손을 댔는지 판정할 자리에 있지 않아. 다만 이 사건이 선명하게 보여준 게 하나 있어. 규정은 압력을 정해놓고, 온도를 잊었어. 그리고 그 잊힌 변수 하나가 챔피언십 경기의 신뢰를 통째로 흔들었지.
압력을 숫자로 적는 규정의 딜레마
압력을 psi로 못 박는 규정이 이래서 까다로워. 실제로 농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피해 가 — 국제농구연맹(FIBA)은 psi를 아예 규정하지 않고 "1.8m에서 떨어뜨려 1.2~1.4m 튀어라"는 결과만 정해두거든. 온도가 몇 도든 그 자리에서 튀는 높이로 검증하니까, 측정 온도를 적을 필요 자체가 없는 거야.
| 종목 | 공기압을 정하는 방식 |
|---|---|
| 미식축구(NFL) | 12.5~13.5psi 직접 규정 |
| 농구(NBA) | 7.5~8.5psi 직접 규정 |
| 농구(FIBA) | 바운드 높이로 규정 |
| 테니스(ITF) | 바운드 높이로 규정 |
직접 규정하면 명확한 대신 온도에 취약하고, 바운드로 규정하면 느슨해 보이는 대신 온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어느 쪽도 공짜는 아니라는 거지.
그런데 공을 죽이는 건 압력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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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시공. 이 공은 차가울 때 거의 안 튀어서, 선수들이 경기 전에 일부러 벽에 쳐서 데워. 사진: MarcPG, CC BY-SA 3.0, 위키미디어 커먼즈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워. 온도가 공에 하는 짓은 압력 조절만이 아니거든.
스쿼시를 본 적 있어?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에 공을 벽에 계속 두들기는 장면, 폼 잡는 게 아니야. 공을 데우는 작업이야. 스쿼시공의 적정 경기 온도는 약 45°C — 사람 체온보다 훨씬 뜨거워. 그렇게 데운 공은 차가울 때보다 2~3배 높이까지 튀어 올라.
그럼 이것도 이상기체 법칙일까? 놀랍게도 아니야. 스쿼시공이 데워지면 잘 튀는 주된 이유는 내부 압력이 올라가서가 아니라, 고무 자체의 점탄성이 변하기 때문이야.
고무는 완벽한 스프링이 아니야. 눌렸다 펴질 때마다 에너지의 일부를 열로 흘려버려. 그리고 차가운 고무는 이 손실이 훨씬 커. 연구자들이 붙인 표현이 정확해 — 차가운 고무는 스프링이 아니라 "에너지 싱크(energy sink)", 그러니까 에너지를 삼키는 구멍처럼 굴어. 공이 바닥을 때리는 순간 돌려받아야 할 에너지를 고무가 먹어버리는 거지.
그러니까 추운 날 공이 안 튀는 건 두 겹의 문제야. 속의 공기는 압력이 떨어지고, 겉의 고무는 에너지를 삼켜. 이 둘이 겹치니까 겨울 공은 체감상 훨씬 더 죽어 보이는 거고.
겨울 아침에 네 공이 안 튀는 이유
이건 프로 경기장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겨울 새벽에 농구공 들고 나가서 첫 드리블을 한 순간, "어? 이 공 왜 이렇게 죽었지?" 싶었던 적 있을 거야. 어젯밤 실내에서는 멀쩡했는데 말이지. 바람이 샌 것도 아니고 공이 늙은 것도 아니야. 그냥 찬 공기가 압력을 낮추고, 찬 고무가 에너지를 삼킨 것뿐이야.
그래서 실전 요령은 간단해.
- 바람은 쓸 장소의 온도에서 맞춰라. 따뜻한 실내에서 완벽하게 맞춰놓고 밖에 나가면 그 자리에서 압력이 빠져
- 밖에 오래 세워둔 공은 첫 몇 분을 워밍업으로 써라. 스쿼시 선수들이 벽에 두들기는 게 바로 그거야
- 압력계 숫자보다 튀는 높이를 믿어라. 앞에서 본 FIBA 방식이 딱 그 발상이야
참고로 공이 얼마나 되돌려주느냐를 숫자로 다루는 개념이 따로 있어. 반발계수 편에서 정리해뒀는데, 야구공의 반발계수가 겨우 0.46이라는 사실을 보면 "잘 튀는 공"에 대한 감각이 좀 흔들릴 거야. 압력으로 튀는 테니스공 이야기도 같은 결의 주제고.
정리 — 물리가 절반만 알리바이를 대준 사건
디플레이트게이트에서 이상기체 법칙은 완벽한 알리바이도, 완벽한 유죄 증거도 아니었어. 딱 절반짜리 증언이었지. 약 2psi가 빠졌고, 물리가 책임질 수 있는 몫은 약 1psi였으니까.
그리고 이 사건이 진짜로 남긴 교훈은 물리보다 규정 쪽에 있어. 압력이라는 숫자를 규정에 적을 거면, 그 숫자를 잴 온도까지 같이 적어야 해. 안 그러면 그 규정은 계절에 따라 다른 규정이 돼버리거든.
다음 둥근 과학 편에서는 훨씬 작은 공 이야기를 해볼게. 탄소 원자 60개가 정확히 축구공 모양으로 뭉친 분자 — 오각형 12개와 육각형 20개까지 클래식 축구공과 똑같은 그 분자 말이야. 그걸 발견한 사람들은 노벨상을 받았지.
핵심 정리
- NFL 규정은 12.5~13.5psi 범위 — 단일 숫자가 아니고, 측정 온도는 누락
- 2015년 AFC 챔피언십에서 경기구 12개 중 11개가 약 2psi 미달
- 이상기체 법칙(PV=nRT) 계산으로는 24°C → 10°C에서 약 1psi 하락
- 즉 온도로 설명되는 건 절반뿐 — 남은 절반을 두고 이어진 논쟁
- 추운 날 공이 죽는 건 압력만이 아니라 차가운 고무의 점탄성 탓 — 스쿼시공 적정 온도는 약 45°C
자주 묻는 질문
Q. 그래서 일부러 바람을 뺀 거야, 아니야?
A. 물리학이 답해줄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야 — 관측된 약 2psi 중 약 1psi는 온도로 설명되고, 나머지는 온도만으로 설명되지 않아. 볼픽은 그 나머지를 판정할 자리에 있지 않아. 이 글이 다루는 건 "이상기체 법칙이 어디까지 설명하는가"거든.
Q. 겨울에는 공에 바람을 더 넣어야 해?
A. 더 넣는다기보다 쓸 장소의 온도에서 맞추는 게 맞아. 따뜻한 실내에서 규정 압력에 딱 맞춰놓으면 추운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만큼 떨어지거든. 반대로 밖에서 맞춰놓고 실내에 들어오면 조금 올라가고.
Q. 압력이 떨어지면 왜 덜 튀는데?
A. 압력과 튀는 높이가 사실상 같은 이야기라서 그래. 국제농구연맹은 아예 공기압을 psi가 아니라 바운드 높이로 규정해 — 1.8m에서 떨어뜨려 1.2~1.4m가 나오면 합격이야. 압력을 재는 대신 결과를 재는 거지.
Q. 스쿼시공은 왜 굳이 데워서 써?
A. 차가우면 거의 안 튀거든. 적정 온도인 약 45°C까지 데우면 차가울 때보다 2~3배 높이로 튀어. 그리고 그 효과의 주범은 내부 압력이 아니라 고무의 점탄성 변화야.
Q. 다음 글은 언제?
A. 다음 둥근 과학 편은 버크민스터풀러렌 C60 — 탄소 원자 60개가 오각형 12개·육각형 20개로 뭉쳐 축구공이 된 분자 이야기야. 발견에 걸린 시간은 11일, 받은 상은 노벨 화학상이었어.
출처
| # | 출처 | 확인 항목 |
|---|---|---|
| 1 | Phys.org — Football physics: the science of Deflategate | NFL 규정 12.5~13.5psi, 12개 중 11개 약 2psi 미달 |
| 2 | ScienceBlogs — Tom Brady and the Ideal Gas Law | 24°C→10°C 약 1psi, 측정 온도 미명시, 온도만으론 부족하다는 반론 |
| 3 | Midé — How Temperature Can Influence Pressure in a Football | 온도-압력 실측 |
| 4 | Investigations on Squash Ball Bounce (PDF) | 스쿼시공 적정 약 45°C, 2~3배 바운스 |
| 5 | The dynamic behavior of squash balls | 점탄성 변화·차가운 고무의 에너지 손실 |
| 6 | NBA Rule No. 1 — Court Dimensions & Equipment | NBA 공기압 7.5~8.5psi |
| 7 | FIBA 공식 경기규칙·장비 규정 2024 (PDF) | 바운드 규정 1,800mm → 1,200~1,400mm |
| 8 | ITF Ball Approval Procedures (PDF) | 테니스공 바운드 규정 방식 |
태그: #디플레이트게이트 #이상기체법칙 #공기압 #NFL #스쿼시공 #온도와바운스 #둥근과학 #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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