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팍타크로 공 규격 — 구멍 12개까지 규칙에 적혀 있는 공

2026. 3. 8. 23:29·볼 규격

세팍타크로 공 규격 — 구멍 12개까지 규칙에 적혀 있는 공

등나무를 엮어 만든 공. 세팍타크로의 원형이지만, 지금 경기용 공은 합성수지야. 사진: Lamacchiacosta,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시안게임 중계에서 한 번쯤 마주친 장면일 거야. 사람이 공중에서 몸을 완전히 뒤집어 발로 공을 내리꽂는 그 종목. 배구 같은데 손을 안 쓰고, 축구 같은데 네트가 있어.

세팍타크로(sepak takraw)야. 그리고 저 선수들이 차는 공은 세상 어떤 공보다 규칙이 깐깐해. 둘레와 무게만 정해둔 다른 종목과 달리, 이 공은 구멍이 몇 개인지까지 규칙 조문에 적혀 있거든.

💡 이 글의 핵심

  • 세팍타크로 = 손·팔만 빼고 다리·머리·몸통으로 하는 네트 경기. 코트 위 3명(레구)
  • 공식 공은 합성섬유 1겹 직조, 구멍 12개·교차점 20개까지 규칙에 명시
  • 남자 둘레 41~43cm·170~180g / 여자 42~44cm·150~160g
  • ⭐ 여자 공이 더 크고 더 가벼워 — 대부분 종목과 정반대 방향
  • 원래는 등나무(rattan) 공 — 종목 이름 자체가 말레이어+태국어 합성물이야



세팍타크로가 뭔데 — 손만 빼고 다 되는 배구

규칙 한 줄이 이 종목의 전부를 만들어.

팔과 손이 공에 닿으면 반칙. 다리·머리·몸통으로만 공을 다뤄야 해.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넘기는 건 배구와 같아. 거기서 손만 빼앗은 거야. 그 제약 하나 때문에 선수들은 몸을 뒤집어 발로 때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영어권에서는 아예 "kick volleyball"이라고 불러.

한 팀은 레구(Regu) 라고 해. 코트 위에 3명, 교체 2명. 뒤에서 서브를 넣는 선수를 테콩(Tekong)이라 부르고, 앞의 좌우 두 명이 인사이드야.

항목 규격
코트 13.4m × 6.1m
머리 위 자유공간 8m
네트 높이 남자 1.52m / 여자 1.42m
코트 위 인원 3명 (교체 2명)
공 접촉 허용 부위 다리·머리·몸통 (팔·손 ❌)

13.4m × 6.1m. 배드민턴 복식 코트를 쳐본 적 있다면 이 숫자가 익숙할 거야. 우연이 아니거든 — 이 종목이 지금의 경기 형태를 갖춘 게 1935년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배드민턴 코트에 네트를 치고 시작한 시합이었어. 90년 전 빌려 쓴 코트가 그대로 규격이 된 셈이지.

공 규격 — 구멍 개수까지 법으로 정해뒀다

자, 본론. 국제세팍타크로연맹(ISTAF)이 규정한 공은 이래.

차원 남자 여자
재질 합성섬유 1겹 직조 좌동
구멍 12개 좌동
교차점 20개 좌동
둘레 41~43cm 42~44cm
무게 170~180g 150~160g

여기서 좀 놀라야 할 부분은 위쪽 두 줄이야. 구멍 12개, 교차점 20개.

다른 종목 규격을 떠올려봐. 축구공은 둘레 68

~70cm에 무게 410~

450g, 기압 0.6~1.1까지만 정해. 테니스공도 직경·무게·바운드 높이만 잡지. 공의 겉모양이 몇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지까지 강제하는 종목은 거의 없어. 축구공 패널이 32조각에서 6조각까지 자유롭게 바뀌어온 것도 그래서 가능했던 거고.

그런데 세팍타크로는 엮인 구조 자체를 규격으로 못 박았어. 이유는 이 공의 출신에 있어. 원래 등나무 줄기를 손으로 엮어 만들던 공이거든. 엮으면 자연히 생기던 구멍 12개와 교차점 20개 — 그러니까 재료의 성질이 만들어낸 우연한 결과를, 합성섬유 시대에 와서도 지켜야 할 형태로 남겨둔 거야. 전통을 규칙 조문에 박제한 셈이지.

크기 감각도 잡아두자. 둘레 41~43cm면 축구공 5호(68~70cm)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무게는 170~180g으로 축구공(410~450g)의 절반도 안 돼. 그 작고 가벼운 걸 발등으로 정확히 때려야 하는 종목인 거야.

여자 공이 더 크고, 더 가볍다

이제 표에서 제일 이상한 줄로 가보자. 다시 보면 이래.

  • 남자: 둘레 41~43cm / 무게 170~180g
  • 여자: 둘레 42~44cm / 무게 150~160g

읽고 넘어가기 쉬운데, 잠깐 멈춰볼 만해. 여자 공이 남자 공보다 둘레는 1cm 크고, 무게는 20g 가벼워.

이게 왜 이상하냐면 — 다른 종목은 거의 예외 없이 여자용·유소년용을 더 작고 더 가볍게 만들거든. 농구는 남자 7호(둘레 749

~780mm)보다 여자 6호(724~

737mm)가 작고 가볍고, 핸드볼도 남자 3호(58

~60cm)보다 여자 2호(54~

56cm)가 작고 가벼워. 작고 가볍게가 공식이야.

세팍타크로만 이 공식을 반으로 쪼갰어. 가볍게는 맞는데, 크기는 오히려 키웠지.

솔직히 말할게. ISTAF 룰북은 왜 그렇게 정했는지 설명하지 않아. 그럴듯한 추측이야 얼마든지 붙일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설명이 사실처럼 굳는 걸 볼픽은 안 하기로 했거든. 확인된 건 "그렇게 규정돼 있다"는 사실 하나야. 다음 대회 중계 볼 때 공 크기를 한 번 눈여겨봐 — 남녀 경기를 나란히 놓기 전엔 알아채기 어려운 1cm니까.

등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등나무가 아닌 공

인도네시아 전통 놀이에서 사람들이 발로 공을 차 올리는 모습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의 전통 놀이 파라가. 세팍타크로와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놀이야. 사진: Dedy Siswandi,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 공의 원래 재료는 등나무(rattan) 야. 열대 덩굴 야자의 질기고 잘 휘는 줄기를 물에 불려 손으로 엮어 만들었어.

문제는 손으로 엮은 자연 소재라는 점이었지. 개체마다 무게와 탄성이 다를 수밖에 없어. 아까 본 "170~180g" 같은 10g짜리 좁은 창을 등나무로 매번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국제 대회로 나가려면 공이 매번 같아야 하는데, 재료가 그걸 못 받쳐준 거야.

전환은 태국에서 나왔어. 마라톤(Marathon Thailand)이라는 회사가 세계 최초로 합성섬유 공을 상용화했고, 오늘날 전 세계 선수는 사실상 전부 합성구를 써. 다만 도입 연도는 자료마다 갈려 — 영문 위키피디아는 1982년, 마라톤 측 자료는 1987년을 말하거든. 여기서는 1980년대로 두는 게 정직해.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야. 재료는 등나무를 떠났는데 형태는 등나무를 떠나지 못했어. 합성섬유라면 매끈한 구체로 만들어도 되고 패널을 붙여도 되는데, 굳이 엮은 모양 그대로 구멍 12개를 남겼지. 종목 이름에 박힌 태국어 takraw가 애초에 "엮은 등나무 공"이라는 뜻이니까, 그 이름을 배신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고.

이름 자체가 외교적 타협의 산물이야

이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세팍타크로라는 이름은 두 나라 말이 반씩 섞여 있어.

  • sepak — 말레이어로 "차다"
  • takraw — 태국어로 "엮은 등나무 공"

말레이어 동사 + 태국어 명사. 한 언어에서 나온 단어가 아니야. 그리고 이게 우연이 아니라 협상 결과라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지.

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흔적은 15세기 말라카 술탄국이야. 『말레이 연대기(Sejarah Melayu)』에 세팍 라가(sepak raga) 라는 놀이가 나오거든. 둥글게 둘러서서 등나무 공을 발과 머리로 주고받는데, 승패가 없어. 점수를 세는 게 아니라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몇 번을 이어갔는지를 셌지. 연대기에는 술탄 만수르 샤의 아들 라자 무하맛이 이 놀이 도중 툰 브사르가 찬 공에 맞은 일화까지 실려 있어. (다만 "여기서 발명됐다"고 단정하진 말자. 싱가포르 국가유산청도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다고 적어둬. 확실한 건 15세기 기록에 이미 있었다는 것까지야.)

이 놀이는 말라카에서 태국·수마트라·인도네시아로 퍼졌고, 나라마다 제 이름으로 즐겼어. 그러다 1960년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라오스·태국 대표가 모여 규칙을 통일하기로 해. 그런데 여기서 걸린 게 이름이었지.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쪽이 "Sepak Raga Jaring"을, 태국 쪽이 자국어 "Takraw"를 밀었다고 해. (이 대목은 2차 자료들이 전하는 내용이라 세부는 조금씩 갈려. 다만 결과물이 두 언어의 합성어라는 사실 자체가 협상의 흔적을 증명하지.)

결론은 양쪽을 붙이는 것이었어. 말레이어 "차다"에 태국어 "엮은 공"을 이어 붙여 Sepak Takraw. 어느 쪽도 이기지 않았고, 어느 쪽도 지지 않았지.

한 단어 안에 두 나라가 반씩 들어앉은 종목 이름 — 세상에 이런 작명이 흔하진 않아.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그 다섯 글자가, 사실은 60여 년 전 회의실에서 합의된 외교 문서인 셈이야.

그래서 9월 19일부터

이후 흐름은 빨랐어. 1965년 SEAP 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됐고,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을 거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메달 종목이 됐지. 1988년에는 국제 연맹인 ISTAF가 결성됐고.

성적표는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어. 아시안게임 통산 태국이 금메달 30개, 그다음이 미얀마 6개·말레이시아 4개야. 1998년 이후로는 매 대회 최우수국이 전부 태국이었고. 종주국 논쟁에서 이름을 반만 가져간 나라가, 메달은 거의 다 가져간 셈이지.

그리고 다음 무대는 곧이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9월 19일 개막. 세팍타크로는 남녀 각 3개씩 총 6개 세부종목으로 열려.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지정한 다섯 개 "지역 종목" 중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리야.

중계에서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이제 공을 한 번 봐줘. 구멍 12개, 교차점 20개. 15세기 말라카의 등나무가 남긴 형태가, 합성섬유가 된 지금까지 규칙 조문 안에 그대로 살아 있는 거니까.

핵심 정리

  • 세팍타크로는 팔·손을 뺀 네트 경기 — 코트 13.4×6.1m, 네트 남 1.52m/여 1.42m, 코트 위 3명(레구)
  • 공식 공은 합성섬유 1겹 직조에 구멍 12개·교차점 20개까지 규칙에 명시 — 겉 구조를 강제하는 드문 종목
  • 남 41~43cm·170~180g / 여 42~44cm·150~160g — 여자 공이 더 크고 더 가벼움(룰북에 이유 설명 없음)
  • 등나무 → 합성섬유 전환은 1980년대 태국(마라톤) — 재료는 바뀌었지만 엮은 형태는 그대로
  • 이름은 말레이어 sepak("차다") + 태국어 takraw("엮은 공") — 1960년 쿠알라룸푸르의 타협안



자주 묻는 질문

Q. 세팍타크로 공은 어디서 사?

A. 종목 특성상 국내 유통은 많지 않아서 온라인 스포츠 용품몰이나 해외 직구가 현실적이야. 살 때 ISTAF 승인구인지, 그리고 남자용(41~43cm)인지 여자용(42~44cm)인지를 확인해. 연습용 저가품은 무게가 규격을 벗어나는 경우가 흔해.

Q. 등나무 공은 이제 안 써?

A. 국제 대회에서는 합성섬유 공을 써. 등나무 공은 개체마다 무게·탄성이 달라서 규격을 맞추기 어렵거든. 다만 전통 놀이나 지역 행사에서는 지금도 등나무 공을 써.

Q. 왜 여자 공이 더 큰 거야?

A. ISTAF 룰북이 이유를 밝히지 않았어. 확인된 건 규격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사실뿐이라, 볼픽에서는 추측을 사실처럼 쓰지 않을게. 근거 있는 설명을 찾으면 이 글을 갱신할게.

Q. 무릎이나 어깨로 받아도 돼?

A. 돼. 금지된 건 팔과 손이야. 다리·머리·몸통은 다 쓸 수 있어서 무릎·허벅지·가슴·어깨로 받는 장면이 자주 나와.

Q. 다음 글은 언제?

A. 다음 공 고르기 편은 핸드볼·풋살 공 규격이야. 특히 풋살공은 2m에서 떨어뜨렸을 때 50~65cm만 튀어야 하는 저반발 공인데, 왜 일부러 안 튀게 만들었는지 풀어볼게.

출처

# 출처 확인 항목
1 ActiveSG — Equipment and attire for Sepak Takraw 공 재질·구멍 12개·교차점 20개·남녀 둘레/무게·코트·네트 높이
2 ActiveSG — Rules and regulations of Sepak Takraw 레구 3인 구성, 팔·손 접촉 반칙
3 Wikipedia, "Sepak takraw" 어원, 1935 세렘반 네트 경기, 1960 명칭 확정, 합성구 도입
4 싱가포르 국가유산청 Roots — Sepak Takraw 세팍 라가 원형 놀이, 기원 불명 단서, 1960 쿠알라룸푸르 회의
5 Sepak Takraw Association of Canada — Significant Milestones 1960 명칭 표준화, 1965 SEAP, 1982 시범→1990 정식, ISTAF 1988
6 Wikipedia, "Sepak takraw at the Asian Games" 아시안게임 편입 연도·국가별 메달 집계
7 Wikipedia, "2026 Asian Games" 2026-09-19~10-04 아이치·나고야, 세팍타크로 6개 세부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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