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볼링의 시작은 1952년 — 그런데 일반인은 15년을 더 기다렸다

2026. 9. 6. 07:01·볼 역사

한국 볼링의 시작은 1952년 — 그런데 일반인은 15년을 더 기다렸다

2016년 주한 미군 기지 안 볼링장에서 열린 한미 친선 볼링대회. 이 글이 다룰 1952년의 여섯 레인은 아니지만, 볼링장이 기지 안에 있다는 조건은 같아. 사진: USAG- Humphreys, CC BY 2.0, 위키미디어 커먼즈

주말에 볼링장 가는 건 별일이 아니야. 신발 빌리고, 무게 맞는 공 하나 골라 들고, 레인 번호 확인하면 끝이지.

그런데 이 땅에서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된 건 생각보다 늦어. 한국 볼링사에는 "최초"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오거든. 한 번은 1952년, 또 한 번은 1967년 10월. 그리고 두 최초 사이는 15년이야.

왜 최초가 두 개일까

이 글은 그 두 날짜에 관한 거야. 자료가 담보하는 건 길지 않아 — 사실상 문장 두 개 분량이지. 그런데 그 두 문장이 적고 있는 건 볼링이 언제 들어왔나가 아니라 누가 칠 수 있었나야. 기원에 관한 기록이 아니라 문에 관한 기록인 셈이지.

시점 무엇이 생겼나 자료가 쓰는 표현
1952년 용산 미군기지에 레인 6개 "한국 최초 볼링 레인"
그 사이 15년 — (기록 없음)
1967년 10월 워커힐 호텔 지하 볼링장 "일반인 대상 최초"

가운데 줄이 이 글의 주인공이야.

1952년, 용산의 여섯 레인

첫 줄부터 보자. 한국 땅에 처음 깔린 볼링 레인은 1952년 용산 미군기지에 놓인 6레인이야.

자료가 주는 건 딱 그만큼이야. 장소와 개수. 그게 다야. 몇 월 며칠인지, 누가 깔았는지, 그 레인이 언제까지 굴러갔는지는 적혀 있지 않아.

그런데 이 짧은 한 줄에 조건이 하나 박혀 있어. 기지 안이라는 조건. 볼링장은 1952년부터 이 땅에 있었지만, 그 문은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문이 아니었어. 그래서 자료도 15년 뒤의 볼링장에 굳이 "일반인 대상"이라는 수식어를 따로 붙인 거고.

같은 해, 볼링공 하나는 컴퓨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보자. 연도가 겹치는 우연이 하나 있거든.

1952년, 캐나다 해군의 DATAR라는 시스템에 세상에서 최초로 꼽히는 트랙볼이 얹혀. 그 장치의 심장에 들어간 물건이 뭐였냐면 — 진짜 볼링공이었어. 그것도 캐나다에서만 치는 5핀 볼링의 공. 마우스보다 11년 앞선 물건인데, 군사 기밀이라 특허도 못 냈지. (이 이야기는 최초의 트랙볼은 볼링공이었다 편에서 다 풀어놨어.)

손가락 구멍이 없는 자주색·흰색 무늬의 5핀 볼링공들이 반환대 위에 일렬로 놓여 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5핀 볼링공. 손가락 구멍이 없어. 1952년 트랙볼 안에 들어간 게 이 계열의 공이야. 사진: Benjamin J. DeLong, CC BY 2.0, 위키미디어 커먼즈

용산의 여섯 레인과 캐나다 해군의 콘솔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 연도가 같다는 것 말고는. 그런데 나란히 놓고 보면 1952년이라는 해가 좀 다르게 보이지 않아? 지구 한쪽에서 볼링공은 군용 레이더의 조준 장치가 되고 있었고, 이 땅에서 같은 공은 기지 담장 안쪽을 굴러가고 있었어. 그해 볼링공이 놓여 있던 자리는 두 곳 다 아무나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셈이지.

15년 — 자료가 답하지 않는 칸

이제 표 가운데 줄로 돌아가자. 1952년과 1967년 사이, 여기가 통째로 비어 있어.

빈칸을 정직하게 적으면 이래.

  • 그 15년 동안 다른 레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 용산의 6레인이 언제까지 굴러갔는지
  • 워커힐 이전에 한국 사람이 볼링을 어디서 봤는지
  • 1967년 그 볼링장의 레인 수·시설이 어땠는지
  • "일반인 대상 최초"라는 표현이 무엇을 기준으로 최초인지

다섯 칸 다 자료가 답을 안 줘. 그래서 이 글도 안 채워. 볼픽이 축구 금지령 편에서 했던 것과 같은 처리야 — 모르는 칸은 모른다고 적는 게 채워 넣는 것보다 정확하거든.

1963년 미국 오크리지의 볼링장 건물 외관. 지붕 위에 BOWLING 대형 간판이 있고 앞에 주차장과 1960년대 자동차들이 보인다

1963년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볼링장. 한국도 워커힐도 아니야. 다만 "누구나 들어가는 볼링장"이 어떤 모습인지는 이 사진이 잘 보여줘 — 간판이 길 쪽을 향해 서 있잖아.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다만 표가 대신 말해주는 게 하나 있어. 자료는 1952년 것을 그냥 "최초 레인"이라고 적고, 1967년 것에만 "일반인 대상"이라는 단서를 붙여. 도착한 날짜와 열린 날짜를 굳이 나눠 적었다는 것 — 이 15년에 대해 자료가 흘리는 단서는 그게 거의 전부야. 볼링이 없던 15년이 아니라 아직 열리지 않았던 15년에 가깝다는 뜻이지.

1967년 10월, 호텔 지하

두 번째 최초는 1967년 10월이야. 장소는 워커힐 호텔 지하. 여기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최초의 볼링장으로 기록돼.

호텔 지하라는 점이 좀 재미있지 않아? 볼링이 이 땅에서 대중에게 처음 열린 자리는 동네 상가도, 학교 옆도 아니고 호텔의 지하층이었어. 문이 열리긴 열렸는데, 그 문은 아직 아무 골목에나 있진 않았던 거야.

그리고 자료는 여기서도 딱 여기까지만 말해. 레인이 몇 개였는지, 한 게임에 얼마였는지, 첫날 몇 명이 왔는지 — 전부 이 글이 쓸 수 없는 문장이야.

이 글이 쓰지 않은 문장 하나

볼링의 한국 도입을 설명하는 이야기 중에 "1920년대에 선교사가 들여왔다"는 설이 있어. 연도도 있고 사람 유형도 있어서 그럴듯하게 들리지.

볼픽은 이 문장을 쓰지 않아.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거든. 검증 단계에서 걸러진 항목이라 본문에도, 연표에도 넣지 않았어.

그러고 보면 볼링은 출발선이 두 번이나 앞으로 당겨진 종목이야. "볼링의 역사는 5,000년,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는 문장도 파고들면 1895년 나카다 발굴 유물에 대한 페트리 한 사람의 해석에서 나온 이야기거든 — 자세한 건 볼링의 역사는 5,000년일까 편에 다 정리해뒀어. 한 번은 5,000년 전 이집트로, 한 번은 1920년대로. 당겨진 출발선은 둘 다 근거가 아니라 이야기의 힘으로 서 있어.

그래서 볼픽 팩트체크 사전이 반복해서 확인한 게 이거야. 최초를 파고들면 대개 사람이 아니라 문서가 나오고, 문서가 없으면 최초도 없어.

정리 — 시작은 두 번 적혔다

한국 볼링의 첫 페이지에는 날짜가 두 개 적혀 있어. 1952년에는 레인이 생겼고, 1967년 10월에는 문이 열렸어. 우리가 지금 "볼링 치러 가자"고 말할 때 그 말이 가능해진 건 두 번째 날짜부터야.

같은 공을 두고도 규격은 최대 무게만 있고 최소는 없고, 기원은 5,000년까지 늘어나고, 도입사는 두 줄뿐이야. 그런데 그 두 줄이 딱 하나는 분명하게 말해. 한국 볼링의 첫 기록은 "언제 시작했나"가 아니라 "누가 들어갈 수 있었나"를 적고 있다는 것.

볼링장은 결국 들어가는 공간이야. 공을 굴리려면 먼저 문을 통과해야 하니까. 다음 편에서는 아예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는 공 더미를 볼까 해. 1976년, 한 디자이너가 아이들이 뛰어드는 공 웅덩이(볼풀)를 만들었거든 — 그리고 그 사람의 "최초"에도 조심스러운 헤지가 붙어 있지.

핵심 정리

  • 한국 최초의 볼링 레인은 1952년 용산 미군기지의 6레인
  • 일반인 대상 최초 볼링장은 1967년 10월 워커힐 호텔 지하 — 두 최초 사이 15년
  • 그 15년에 대해 자료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레인 수·존속 기간·다른 시설 전부 빈칸)
  • 같은 1952년, 캐나다에서는 볼링공이 최초로 꼽히는 트랙볼의 부품이 됐다 (우연의 일치)
  • "1920년대 선교사 도입설"은 근거 미확인 — 볼픽은 쓰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1952년 이전엔 한국에 볼링이 아예 없었어?

A. 그건 이 자료로 답할 수 없어. 확인되는 건 "최초 레인 = 1952년 용산 미군기지 6레인"이라는 기록이야. 그 이전 상황을 담보하는 근거는 없고, 없다는 증거도 아니야.

Q. 그럼 1952~1967년엔 한국 사람은 볼링을 아예 못 쳤다는 거야?

A.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어. 자료가 말하는 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볼링장이 1967년 10월에 처음 생겼다는 것까지야. 그 사이 개인이 어떤 경로로 공을 굴렸는지는 기록이 답하지 않아.

Q. 1920년대에 선교사가 볼링을 들여왔다는 이야기는 뭐야?

A.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설명이지만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볼픽은 쓰지 않아. 연도·인물 유형이 붙어 있으면 그럴듯해 보이는데, 그게 가짜 발명자 유형의 이야기가 오래 사는 방식이기도 해.

Q. 1952년 트랙볼 이야기는 한국 볼링과 관계가 있어?

A. 없어. 연도만 같아. 다만 같은 해에 볼링공이 놀이 도구이자 군용 장비 부품이었다는 대비가 재미있어서 나란히 놨어. 트랙볼 쪽 이야기는 따로 한 편 있어.

Q. 다음 글은 언제?

A. 다음 편은 볼풀(ball pit) 이야기야. 1976년 한 디자이너가 만든 공 웅덩이가 어떻게 전 세계 놀이터로 퍼졌는지 — 그리고 그 "최초"를 왜 조심스럽게 적어야 하는지 같이 볼게.

 

출처

# 출처 확인 항목
1 한국어 위키백과 "볼링" 1952년 용산 미군기지 6레인 · 1967년 10월 워커힐 일반인 대상 최초
2 Computer History Museum, DATAR trackball 1952년 DATAR 트랙볼, 볼링공 사용, "likely the first"
3 USBC Equipment Specifications Manual 볼링공 최대 16lb, 최소 무게 규정 없음
4 Petrie & Quibell, Naqada and Ballas (1895) 나카다 100호묘 출토 유물 원 보고서

태그: #볼링 #한국볼링 #워커힐 #볼링장 #용산 #트랙볼 #볼링역사 #공의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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