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공 규격 — 57.15·61.5·52.5mm, 그리고 공 한 개가 아니라 세트를 재는 조항

랙에 채워진 포켓볼 15개. 1번 노랑, 2번 파랑, 3번 빨강, 4번 보라, 5번 주황, 6번 초록, 8번 검정 — 이 색 배열이 규정 조문에 그대로 적혀 있어.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당구공 크기를 검색하면 숫자가 여러 개 나와. 57.15mm, 61.5mm, 52.5mm. 다 맞는 숫자야. 대신 다른 종목의 숫자지.
그런데 세 종목의 공식 규정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다 보면, 숫자보다 먼저 눈에 걸리는 게 있어. 세 연맹 중 둘은 공 한 개의 크기가 아니라 공들 사이의 차이를 적어놨거든. 그리고 그 조항은 볼픽이 13종목 규격을 총람표로 정리하면서도 한 번도 못 봤던 형태야.
💡 이 글의 핵심
- 포켓 57.15mm·156~170g / 캐롬 61~61.5mm·205~220g / 스누커 52.5mm(±0.05)
- 캐롬은 세트 안 무게 차이 2g, 스누커는 3g 이내 — 공 한 개가 아니라 세트를 잰다
- 포켓 규정만 재질을 못박아 — 주조 페놀 수지(cast phenolic resin)
- 당구대 쿠션 높이는 cm가 아니라 "공 지름의 63½%"로 적혀 있어
- 공은 광택 금지·왁스 금지 — 미끄러워진 공은 알코올로 닦아야 경기에 쓸 수 있어
당구공 규격 — 세 종목 숫자부터
먼저 숫자를 깔고 가자. 세 국제 연맹이 각자 규정한 공은 이래.
| 항목 | 포켓 (WPA) | 캐롬 (UMB) | 스누커 (WPBSA) |
|---|---|---|---|
| 지름 | 2¼ in = 5.715 cm (±.005in) | 61~61.5 mm (원문 표기 주의 — 아래) | 52.5 mm (±0.05mm) |
| 무게 | 5½~6 oz = 156~170 g | 205~220 g | 절대값 조문 없음 |
| 세트 내 편차 | 조문 없음 | 2 g 이내 | 3 g 이내 |
| 재질 | 주조 페놀 수지 명시 | 위원회가 인정한 재질 | "승인된 조성" |
| 세트 구성 | 흰 큐볼 1 + 번호공 15 | 3개 | 레드 15 + 색공 6 + 흰 공 |
한눈에 봐도 캐롬 공이 제일 크고 무거워. 무게 범위의 양 끝을 각각 나눠보면 포켓 공의 1.3배 안팎이야. 반대로 스누커 공이 제일 작아 — 52.5mm면 포켓 공보다 3mm 넘게 작지.
여기서 캐롬 칸에 단위를 안 붙인 이유가 있어. 국제캐롬연맹(UMB)이 공개한 「World Rules of Carom Billiard」 영문본을 열어보면 제12조에 이렇게 적혀 있어.
These balls are rigorously round and their diameter must be between 61 and 61.5 cm.
센티미터라고 적혀 있지. 같은 문서가 당구대를 2.84m로 적고 있으니 61.5cm짜리 공이 들어갈 리는 없고, 누가 봐도 mm를 적어야 할 자리야. 볼픽이 확인한 그 판본은 1989년 1월 1일판이고, 지금도 그 파일이 연맹 서버에 올라가 있어. 1차 자료를 직접 열어보면 이런 게 나와.
규정이 재는 건 공 한 개가 아니야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워.
스누커 규정(WPBSA)의 공 조항은 지름 다음에 이런 문장을 붙여.
The balls shall be of equal weight where possible but the tolerance between the heaviest ball and the lightest ball in a set should be no more than 3 g.
세트에서 가장 무거운 공과 가장 가벼운 공의 차이가 3g을 넘으면 안 된다는 거야. 캐롬 규정은 같은 조항을 2g으로 적어뒀고.
이게 왜 특이하냐면, 볼픽이 그동안 읽은 종목 규정은 하나같이 공 한 개를 쟀거든. 골프공은 최소 직경과 최대 무게를, 볼링공은 최대 무게만, 세팍타크로 공은 구멍 개수까지. 전부 "이 공 한 개가 기준 안에 들어오느냐"를 묻는 문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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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롬 공 한 세트. 번호도 줄무늬도 없고 공은 세 개뿐이야. 커먼즈 파일 설명은 점이 찍힌 쪽을 상대 선수의 큐볼이라고 적어뒀어. 사진: SMcCandlish,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당구는 묻는 대상이 달라. 공들 사이를 묻거든. 공 하나하나가 기준에 들어와도, 세트 안에서 서로 3g 넘게 차이 나면 그 세트는 조문을 어긴 거야.
생각해보면 당구는 공끼리 부딪히는 게 경기 그 자체인 종목이야. 축구공은 서로 부딪힐 일이 없고, 볼링공은 핀을 치지 다른 볼링공을 치지 않지. 규정이 왜 세트를 재는지 그 이유까지 문서에 적혀 있진 않아서 볼픽도 단정은 못 해. 다만 조문에 공들 사이의 숫자가 들어 있다는 건 확실해.
그리고 포켓(WPA) 규정에는 이 조항이 없어. 156~170g이라는 범위만 있으니, 조문만 놓고 보면 156g짜리와 170g짜리가 한 세트에 섞여 있어도 규정 위반은 아닌 셈이야.
재질 칸이 셋 다 다르게 적혀 있어
세 규정을 나란히 놓으면 재질 칸도 갈려.
- 포켓(WPA) — "All balls must be composed of cast phenolic resin plastic", 즉 주조 페놀 수지로 못박아
- 스누커(WPBSA) — "of an approved composition", 승인된 조성이면 돼
- 캐롬(UMB) — 위원회가 인정한 재질과 색
한쪽은 물질 이름을 조문에 박아넣었고, 두 쪽은 "우리가 승인한 것"으로 열어뒀지. 같은 당구공인데 규정이 재질을 다루는 방식이 정반대인 거야.
색과 번호까지 조문에 넣은 것도 포켓이야. 1~8번은 단색, 9~15번은 흰 바탕에 색 띠. 그리고 우리가 흔히 "갈색"이라 부르는 7번과 15번은 규정 표기로 마룬(maroon)이야. 번호는 각 공에 두 번, 서로 반대편에, 그중 하나는 거꾸로 찍혀. 마지막 한 줄이 제일 재미있는데 —
The two printed numbers 6 and 9 are underscored.
6번과 9번에는 밑줄을 긋는다. 뒤집으면 서로가 되는 두 숫자니까. 규정이 여기까지 신경 쓴 거야. 매직 8볼이 하필 8번 공 모양이 된 사연을 쓸 때도 번호 체계까지는 안 봤는데, 조문엔 색과 인쇄 방향이 다 적혀 있더라고.
공이 당구대의 자(尺)다
그다음 조항에서 한 번 더 멈추게 돼. WPA 규격 제7조, 쿠션 높이 이야기야.
Rail height (nose-line to table-bed) should be 63½% (±1%) or between 62½% and 64½% of the diameter of the ball.
쿠션 높이를 센티미터로 안 적어. 공 지름의 63½%라고 적어. 공이 커지면 쿠션도 같이 올라가야 하는 구조인 거지. 당구대 규격의 기준 자가 공인 거야.
다음 조항도 결이 같아. 쿠션 고무의 반발력을 검사하는 방법이 이렇게 적혀 있어. 헤드 스팟에 공을 놓고 풋 스팟을 지나가게 수평 큐로 확실하게 치면, 그 공이 튀어 오르지 않고 테이블 길이를 4~4½번 왕복해야 해. 테이블의 성능을 공이 굴러간 거리로 재는 거야.
볼픽이 농구공 규격 편에서 본 FIBA 낙하 시험은 공을 떨어뜨려 공을 판정했어. 여기선 방향이 반대야. 공을 굴려서 테이블을 판정해.
덧붙여 볼픽이 직접 계산해본 게 하나 있어. 코너 포켓 입구의 최소치는 4.5인치, 그러니까 11.43cm야. 공 지름이 5.715cm니까 정확히 두 배지. 규정이 "공 두 개 너비"라고 적어둔 건 아니니까 이건 볼픽이 해본 산술이라고만 해둘게. 그래도 숫자가 딱 떨어지는 건 눈에 밟혀.
당구공, 반질반질하게 닦으면 안 돼
당구장에서 천으로 공을 슥슥 닦는 장면, 익숙하지? 그런데 WPA 규격 제16조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
"Balls should be unpolished, and should also not be waxed." 공에 광택을 내지 말고, 왁스를 먹이지도 말라는 거야.
그다음 문장이 더 구체적이야. 수건이나 천으로 닦는 건 괜찮고 비누와 물로 씻어도 돼. 다만 광택제나 연마제를 쓰거나 왁스를 먹여서 미끄러워진 공은, 희석한 알코올을 묻힌 깨끗한 천으로 왁스를 벗겨낸 뒤에야 경기에 쓸 수 있어.
새 공처럼 반질반질한 게 좋은 공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규정은 정반대를 요구하는 거지. 같은 문서가 랙까지 참견해 — 나무 삼각 랙을 권장하고 플라스틱 랙은 비권장이야. 플라스틱은 휘어서 공이 제대로 안 붙거든.
물론 이 규격은 WPA 세계선수권과 공인 대회용이야. 문서 첫 조항이 직접 밝히거든 — "가정용으로 제조된 테이블에는 반드시 적용되지 않는다." 동네 당구장 공이 규격 미달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야.
그런데 한국에서 제일 많이 치는 4구는 그 규정집에 없어
여기서 솔직하게 비워둘 칸이 하나 있어.
UMB 규정집의 종목 목록을 보면 파티 리브르 · 카드르 47/71 · 1쿠션 · 3쿠션이 전부야. 한국 당구장에서 제일 많이 치는 4구(사구)는 이 목록에 없어. WPA(포켓)도 WPBSA(스누커)도 마찬가지고. 즉 4구는 국제 연맹 세 곳의 규정 문서 어디에도 종목으로 등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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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4구(사구). 포켓이 없는 당구대에 빨간 공 둘과 흰 공이 놓여 있어. 커먼즈 파일 설명은 이 사진을 "한국 버전의 four-ball(사구)"이라고 적어뒀어. 사진: Countakeshi,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래서 인터넷에 도는 "4구 공은 65.5mm"라는 숫자를, 볼픽은 이 글의 표에 넣지 않았어. 확인되는 게 판매 페이지와 2차 자료뿐이고 1차 규정 문서를 못 찾았거든. 볼픽은 규격 총람표를 만들 때 공식 룰북을 직접 확인한 종목만 싣는다는 기준을 세웠고, 그 기준을 여기서도 지킬게. 확보되면 갱신할게.
정리 — 규격은 공 하나가 아니라 사이를 잰다
당구공 규격을 검색하면 숫자 세 개가 나와. 57.15, 61.5, 52.5. 그 숫자를 확인하러 왔다면 이미 답은 위 표에 있어.
그런데 규정을 끝까지 읽으면 숫자보다 오래 남는 건 다른 문장이야. 세트에서 제일 무거운 공과 제일 가벼운 공의 차이 3g. 공 하나가 기준에 들어오는지가 아니라, 공들이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를 재는 문장이지.
당구대의 쿠션 높이도 공 지름의 63½%고, 테이블의 반발력도 공이 굴러간 거리로 재. 당구장 안에서 자 노릇을 하는 건 줄자가 아니라 공인 거야. 자가 공이라면 공끼리 얼마나 닮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셈이지 — 규정이 왜 그 조항을 넣었는지는 문서에 없지만, 읽고 나면 그 자리가 비어 보이진 않아.
핵심 정리
- 포켓 5.715cm(2¼in)·156~170g / 캐롬 61~61.5mm·205~220g / 스누커 52.5mm(±0.05)
- 캐롬 2g·스누커 3g — 세트 안 최중·최경 차이를 규정하는 조항, 다른 종목 룰북엔 없는 형태
- 포켓만 재질을 주조 페놀 수지로 못박고, 스누커·캐롬은 "승인된 것"으로 열어둠
- 쿠션 높이는 공 지름의 63½%, 테이블 반발 검사도 공이 굴러간 거리로 판정
- 공은 광택·왁스 금지, 4구는 국제 연맹 세 곳 규정에 종목 자체가 없음
자주 묻는 질문
Q. 당구공 크기가 종목마다 다른 거야?
A. 응, 완전히 달라. 포켓 5.715cm, 캐롬 61~61.5mm, 스누커 52.5mm야. 무게도 포켓 156~170g, 캐롬 205~220g으로 갈려. 같은 "당구공"이라는 말로 묶여 있을 뿐 서로 호환되는 물건이 아니야.
Q. 4구 공은 65.5mm 아니야?
A. 그 숫자가 인터넷에 널리 돌긴 해. 다만 볼픽이 확인한 국제 연맹 세 곳(WPA·UMB·WPBSA) 규정 문서에는 4구라는 종목 자체가 없어서 1차 출처로 확인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글은 그 수치를 확정해서 쓰지 않을게. 1차 자료를 확보하면 갱신할게.
Q. 당구공은 무슨 재질이야?
A. 포켓 규정은 주조 페놀 수지(cast phenolic resin plastic)라고 못박아. 스누커는 "승인된 조성", 캐롬은 "위원회가 인정한 재질"이라고만 적어서 물질 이름을 지정하진 않아.
Q. 집에 있는 당구대 공이 규격에 안 맞으면 어떡해?
A. 걱정 안 해도 돼. WPA 규격 첫 조항이 "가정용으로 제조된 테이블에는 반드시 적용되지 않는다"고 직접 밝히고 있어. 이 문서는 세계선수권·공인 대회 기준이야.
Q. 다음 글은 언제?
A. 이번에 당구 규정을 읽으면서 미뤄둔 이야기가 하나 생겼어.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이 어쩌다 플라스틱이 됐나 — 널리 도는 "현상금" 서사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1차 자료로 확인되면 팩트체크로 다뤄볼게. 그동안 볼픽 총색인에서 종목별 규격 글을 훑어봐도 좋아.
출처
| # | 출처 | 확인 항목 |
|---|---|---|
| 1 | WPA Equipment Specifications | 세계풀빌리아드협회 공식 장비 규격 문서 안내 |
| 2 | WPA Recommended Equipment Specifications (PDF) | §16 공 지름·무게·재질·색·번호·광택 금지 / §7 쿠션 높이 63½% / §8 반발 검사 / §9 포켓 입구 / §1 적용 범위 |
| 3 | UMB World Rules of Carom Billiard (1989-01-01판, PDF) | 제12조 공 3개·지름·무게·세트 내 2g / 제11조 당구대 / 제5장 종목 목록 |
| 4 | Union Mondiale de Billard — 공식 규정 페이지 | UMB 규정 문서 공개 위치 |
| 5 | WPBSA Official Rules of the Games of Snooker and English Billiards (2022-05 갱신, PDF) | Section 1 Rule 2 — 지름 52.5mm·세트 내 3g·승인된 조성·세트 구성 |
태그: #당구공규격 #당구공크기 #포켓볼 #캐롬 #스누커 #당구 #공고르기 #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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